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은 저마다 모든 것에서부터 하나로 됨이자 하나에서 모두가 됨이다. 어느 산마루이고 산골이고 개울이고 마을이고 도시이고 물은 저마다의 흐름으로 바다로 이른다. 그리고 바다는 다시금 거침없이 산마루와 산골과 개울로 이른다. 십여년 전 어느 암자에 하룻밤 묵을 적의 일이다. 암자에서 더 깊은 산중의 암자로 거닐어가다 수행의 세월이 묻어난 장삼을 빨래하던 노스님을 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 분은 내게 내가 어디서 왔는가 물어보셨다. 별스럽지 않은 그 말이 짐짓 내게 소용돌이 쳤다. 망망히 느껴보니 나는 부모와 부모의 부모와 그 이전의 부모들에게서, 육신의 피로 이어진 부모만이 아닌 먹을거리와 생의 도구와 생이 되어준 존재들과, 세상의 어느 하나 빠짐 없이 그 모든 것으로부..
만나려 가고 싶다. 봉화 삼계서원에서 만났던 지금은 의성의 비해당에 계시며 한번은 영양으로 서석지와 봉감모전오층석탑을 한번은 의성으로 탑리오층석탑을 같이 보려다녀온, 아침에 영산회상과 종묘제례악을 듣고 점심식사부터 같이 막걸리를 마시고 약초를 캐고 많은 야생화를 알려주시고 늘 너털웃음을 나누는 비해당 큰아재에게. 속리산에서 만났던 문경 사시며 부처님오신날에 봉암사, 윤필암과 다른 절까지 세 절을 같이 돌아봐주셨고 늘 내 걱정을 많이해주시고 응원해주시며 조만간 강원도로 같이 여행가자고 해주시는 문경 선생님께. 지리산 연곡사 아래 피아골에서 만났던, 지리산에 살며 다소 싸가지ㅎㅎ 없는 그러나 흥겹고 즐거운 반골기가 반가운 한봉벌을 치시며 언제 지리산 와서 같이 지리산 가라며 빨리 오라고 하는, 그리고 같이 ..
산천과 산물이 다르면, 또한 사람들의 자취와 체취가 다르면, 우리나라 이 땅과 물에서도 참 다르고 다양한 유산과 유물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네요. 이러한 만남과 인연은 답사와 여행으로 세상을 배워가는 즐거움입니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 학교의 연례행사인 소풍과 캠프로, 또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의 나들이로 다녀오던 곳들을 다시금 들러 봅니다. 여로의 사이사이 그때는 빠트리거나 놓쳤고 소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 곳들도 처음으로 가봅니다. 길과 곳이 눈에 익으면서도 낯설기도 하고 정겨우면서 새롭습니다. 이제는 저 산세의 마루와 물줄기의 굽이가 더 눈에 선하게 들어오고, 산과 물과 골짜기, 마을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어렸을 적, 걷거나 앉아보고 우러르거나 살펴본 곳들에서 그때의 추억과 지..
그간 써온 일기들 중에 여행에서 느끼고 다짐한 바를 다시 읽어본다. 여기에는 싣지 않았지만 2020년 5월 30일에 적어본 "만나려 가고 싶다" 글처럼 나의 여행과 인생에 함께해준 이들에게 다시금 인사를 드리게 된다. 앞으로의 여행에도 만나는 이들과 반갑고 즐겁고 고마운 인사를 나누며 살고 싶다. ------ 보다 천천히 걷는 것 보다 자주 쉬어 가는 것 보다 슬퍼지고, 기뻐지는 것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인연을 여기는 것 - 2010년 7월 7일. 처음으로 인생의 여행을 다녀오고서. 경북 예천, 영주, 봉화 ------ 안동 봉정사에서 만난 스님과 마당에 잡초를 뽑으면서 "매일매일의 번뇌와 고민을 정리하면 그리 큰 것이 아니지만 미뤄두면 큰일이된다고 하며 매일의 소임으로 땅을 고른다"고 하신 것과 ..
작성중 - 2017.2.5.일요일 봉화군 청량산과 청량산 냇가를 다녀오고
내용작성중 - 2017.2.4.토요일. 경상북도 봉화군 닭실마을과 석천계곡의 냇물과 바위를 보고
상주 왕산 평화의소녀상 조선 전기에 경상감영이 있기 전부터 상주 고을의 중심터였으며, 일제시대 일본 막사가 산 위에 있었다고들 하며, 2011년 정비되기 전에는 뒤편에 유흥,홍등가가 있던 왕산이다. 이곳이 유치원생들이 따뜻하고 시원하며 아늑한 날이면 손잡고 뛰어나와 놀고 웃는 공원이 되더니, 지금은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아이들의 놀이터에 함께한다. 왕산 앞에 모아져있는 옛날적 관리를 위하기 위했던 불망비보다, 정말 소중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한 사람들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 2017.1.27.월요일. 경상북도 상주시 왕산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푸른 절벽은 저녁무렵 마주하기 좋으니 햇빛이 만대루에 들기 시작하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첫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두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세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네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다섯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여섯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에 가득하다. 병산은 켜켜히 쌓여 층을 이루었고, 서원 안 배롱나무는 꽃피고지며 백일을 기약했으며, 해는 뜨고 지며 만대루에 찾아들었다. 오늘도 만대루에서 병산과 백일홍과 저녁을 맞이한다. 덧1) 절기상 대한 무렵 오후 3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만대루에 햇빛이 쌓였다. 두 시간 동안 밖에 있으랴 옆에 카페에 병산서원을 , 차에 갔다가, 냇가에 갔다가 돌고돌다가... 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