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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은 저마다 모든 것에서부터 하나로 됨이자 하나에서 모두가 됨이다. 어느 산마루이고 산골이고 개울이고 마을이고 도시이고 물은 저마다의 흐름으로 바다로 이른다. 그리고 바다는 다시금 거침없이 산마루와 산골과 개울로 이른다.

십여년 전 어느 암자에 하룻밤 묵을 적의 일이다. 암자에서 더 깊은 산중의 암자로 거닐어가다 수행의 세월이 묻어난 장삼을 빨래하던 노스님을 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 분은 내게 내가 어디서 왔는가 물어보셨다.

별스럽지 않은 그 말이 짐짓 내게 소용돌이 쳤다. 망망히 느껴보니 나는 부모와 부모의 부모와 그 이전의 부모들에게서, 육신의 피로 이어진 부모만이 아닌 먹을거리와 생의 도구와 생이 되어준 존재들과, 세상의 어느 하나 빠짐 없이 그 모든 것으로부터 왔다.

그러하여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왔다. 또한 나는 내가 모든 것에서 온 것처럼, 모든 것으로 갈 것이다. 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나이고 내가 세상이다. 모두가 그러하다. 우리는 바다요, 한 세상이다. 근원이자 결실이다. 생(生)을 살아가는 것은 강물이 흐르듯, 나를 깨우쳐 가는 것이다. 나를 깨달아 가는 것이다.

깨달음은, 생은 찰나이자 영원이다. 순간이자 모든 순간이다. 사무치는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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