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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과 산물이 다르면, 또한 사람들의 자취와 체취가 다르면, 우리나라 이 땅과 물에서도 참 다르고 다양한 유산과 유물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네요. 이러한 만남과 인연은 답사와 여행으로 세상을 배워가는 즐거움입니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 학교의 연례행사인 소풍과 캠프로, 또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의 나들이로 다녀오던 곳들을 다시금 들러 봅니다. 여로의 사이사이 그때는 빠트리거나 놓쳤고 소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 곳들도 처음으로 가봅니다.

길과 곳이 눈에 익으면서도 낯설기도 하고 정겨우면서 새롭습니다. 이제는 저 산세의 마루와 물줄기의 굽이가 더 눈에 선하게 들어오고, 산과 물과 골짜기, 마을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어렸을 적, 걷거나 앉아보고 우러르거나 살펴본 곳들에서 그때의 추억과 지금의 저를 다시금 이어보고 새로이 이어봅니다. 제가 다녀온 길과 곳에서 만나온 사람들과 인연을 함께 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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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1.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의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장각폭포입니다. 폭포 위 바위에 올라 폭포 아래를 바라보던 중에 마침 가족들이 다가와 물장구를 칩니다.

장소2.
상주시 화북면의 상오리7층석탑입니다. 장각사로 불린 절터에 남은 석탑으로, 호젓한 자리에서 호방한 자태를 보입니다. 주변의 산세와 탑을 견주어 한참을 마주하다가, 탑과 함께 서보기도 하고 앉아보기도 하고 탑 주위의 산들과도 그러해봅니다.

장소3.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의 왕소나무입니다. 마을사람들은 이 크고 웅장한 소나무를 으뜸가고 최고라고 대하여 왕소나무로 불렀습니다. 마을의 당산이자 어른으로 오랜 세월을 마을사람들과 함께하였으나, 2012년 태풍으로 오랜 몸을 땅에 뉘었고 생을 다하였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아쉬움과 슬픔에, 용이 승천한 전설을 붙여 나무를 기립니다.

장소4.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의 선유동계곡입니다. 계곡의 어느 돌 위에 잠시 걸터앉아 시원스레 흐르는 물소리를 잠잠히 감상합니다.

장소5.
문경시 가은읍의 희양산입니다. 희양산 아래에는 봉암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하얗게 솟아 그 모습을 당당하고 떳떳이 드러냅니다. 최치원이 쓴 봉암사 지증대사의 비문에 "다북쑥이 삼[麻]대에 의지하여 스스로 곧을 수 있었고"란 말처럼 저 희양산도 스스로 곧되 그 주변의 산에 의지하고 함께함으로 이 곳의 산세를 이루었을 터입니다.

장소6.
문경시 마성면의 진남교반입니다. 진남교 일대를 일컫는 진남교반은 물이 바위를 휘돌아가며 여러굽이를 만드는 곳으로 그 굽이의 경치가 빼어나, 1933년 대구일보사가 주최한 경상북도 내 명승지 결정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하여, 그 후로 경북팔경의 으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뛰어난 경치만이 아닌 교통과 방어의 요지로써 좁은 물굽이를 비껴 산을 넘기 위해 사람들이 올랐던 토끼비리라는 고갯길에는 사람들의 걸음걸음에 바위가 반들반들 닦여지고 자국이 패였으며, 물굽이 위의 산마루에는 고모산성과 여러 산성이 쌓였습니다.
이제는 캠핑객들이 많이 찾는 유원지이기도 한 이 곳 바위 물굽이의 옆에서 어느 어르신이 조그만 텃밭의 농사거리를 수확합니다.

장소7.
산과 강이 저마다의 산세와 수계를 이룹니다. 이 산줄기와 물줄기를 따라 산자락과 물가로 땅과 물이 터를 펼칩니다.
이번 여정은 경상북도 상주시와 충청북도 괴산군과 경상북도 문경시가 맞닿은 경계를 넘나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곳에 따라 시군은 달랐지만, 산길과 물길은 서로 이어졌으며,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같은 산의 다른 자락이거나 기슭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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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실컷 물을 좋아하고 왔습니다. 물론 산도 한껏 좋아하고 왔고요. 요산요수한 하루였습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하여 오늘은 사람을 멀리한 하루였지만, 언제고 다시금 서로 함께하고 의지하며 좋아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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