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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써온 일기들 중에 여행에서 느끼고 다짐한 바를 다시 읽어본다. 여기에는 싣지 않았지만 2020년 5월 30일에 적어본 "만나려 가고 싶다" 글처럼 나의 여행과 인생에 함께해준 이들에게 다시금 인사를 드리게 된다. 앞으로의 여행에도 만나는 이들과 반갑고 즐겁고 고마운 인사를 나누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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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천천히 걷는 것
보다 자주 쉬어 가는 것
보다 슬퍼지고, 기뻐지는 것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인연을 여기는 것

- 2010년 7월 7일. 처음으로 인생의 여행을 다녀오고서. 경북 예천, 영주, 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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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에서 만난 스님과 마당에 잡초를 뽑으면서 "매일매일의 번뇌와 고민을 정리하면 그리 큰 것이 아니지만 미뤄두면 큰일이된다고 하며 매일의 소임으로 땅을 고른다"고 하신 것과 여행을 다녀오니 어머니께서 저녁에 끓일 국을 우리기 위해 멸치를 바르시길래 "원래 그렇게 멸치를 늘 손질하셨나" 하고 여쭈니 "어디 국이 저절로 우려 나나" 하시면서 이제 혼자 여행을 다니고 하면, 여행 녀오고선 자기 신발과 가방은 스스로 빨래하라" 하셨다.

하루하루가 여여하게 밥 먹고, 옷 입고 빨고, 손발 씻고, 자리에 앉고 누우며 이뤄진다.

"마당에 잡초 뽑고 멸치똥 바른다."

- 2010년 7월 20며칠에. 여행을 다녀오고 집에서 어머니를 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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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다짐
0. "나들이산책자 겸 일기가"가 되자.

- 2017년 2월 12일. 올해의 다짐으로 나의 직업을, 필생의 업을 다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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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여러 시군을 다니지는 말자.

1개 정도에서 1~2개 정도만 다니며,
산과 내와 마을과 사람을 만나자.

그 지역의 문화유산, 자연유산과 평범하고 이웃한 산과 내와
마을과 집과 나무와 고양이와
새의 지저귐과 풀벌레소리와 늪의 물고기 텀벙소리와
시장에서 양파 다듬고 고기 삶고 장을 여는 모습과
논밭으로 일 나가는 어르신과 작업장 나가는 인부들을 만나자.

하루만에 창녕과 합천, 고령, 성주에서 한 군데 정도씩만 들렸다 가려다가 진득히 창녕과 합천을 보려 한다.

창녕 진흥왕 척경비 한켠에 걸텨 앉아 계획을 지웠다가 다시 세워보고 공원의 고양이들을 보다가 화왕산에 올라 화왕산성을 보고, 산에서 내려와서는 우포늪을 걷고, 합천 황매산의 영암사에서 황매산 화강암 봉우리들을 보고, 가야산 해인사 수다라장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소리길 계곡을 걸어야 겠다.

물론 중간중간에 다른 여정들이 생길 것이고 계획한 여정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 여정들에 뜻밖의 즐거운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 2017년 9월 2일. 낙동강 중하류 일대의 대구 달성군, 창녕군, 합천군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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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 강천도(市郡 江川圖) - 작업중 1

시군(마을)을 강물과 냇물을 따라 이어보고 있다.

초등학교 때 사회과부도를 보던 때마냥 끄적끄적.

골짜기마다 마을마다 물줄기로 선을 이을 수 있고, 그 선들이 모두 바다로 향하는 것이 재미있다.

또한, 물줄기를 따라 시군(마을)을 묶고, 그 권역마다 특색을 떠올려본다. 내가 가본 곳과 가보고 싶은 곳이 어떤가 생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 2017년 9월 29일. 다녀온 여행들을 정리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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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廣寒)

한때는 돌탑 하나 조각 하나 보겠다고 몇시간을 걷기도 하고
돌조각 앞에서 몇 시간을 있기도 했는데,

이제는 문화유산 찾아가는 것을 고집하고 그것만을 좋아하기보다

산과 강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걷거나 머무르는 것이 좋고

어디든 무얼하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제일 좋아진다

이제 덩그러니 혹은 꾸억꾸억 문화재만 보려다니기보다
산에 가거나 골목을 걷는게 좋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야겠다

- 2018년 12월 22일. 처음 2박3일 지역별 여행을 다녀오며 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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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세상의 모든 곳을 갈 수는 없다. 내가 있는 곳, 머무르는 곳, 숨쉬는 곳에서 그 장소와 시간을 걸음마다 호흡마다 누리고 느끼고 깨어있을 수는 있다. 어디까지 갔는지 어디어디를 다녀왔지에서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를 갈구하고 궁리한다.

- 2018년 12월 23일. 땅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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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획 및 준비
논산, 익산, 군산 일대(금강 하류를 중심으로)

1. 인터넷 지도로 해당지역의 읍면 명칭까지 나오는 축적으로 지도 이미지를 캡쳐한다. 시군마다의 차이도 크지만, 읍면단위로 지역의 특성과 특산이 제법 구분되기에 읍면의 명칭과 위치도 확인을 한다.

2. 여행 계획 지도를 문화재청의 '문화유산나들이지도'와 네이버 지백과의 '답사여행의 길잡이'와 각 시군청의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참고로 작성해본다.

3. 여행 지역에 대한 관련 서적을 찾아본다. 여행서적, 역사, 건축, 예술 등

4. 여기에다 블로그와 카페글을 검색해서 최근의 상황과 실제 풍경을 확인해본다.

나의 여행계획의 3가지 주안점
▷ 자연, 풍광 : 자연을 통한 심신의 감흥
▷ 도시, 마을 : 각 지역의 도시나 마을의 골목, 번화가의 분위기 및 구조나 타지역과의 차이를 관찰
▷ 역사, 유적 : 나의 주 관심사, 유적 유물의 지역적 특색과 걸작들을 감상

- 2019년 5월 24일. 2019년 봄 여행으로 금강 일대를 다녀올 계획을 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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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內浦)의 들녘과 바다를 여행한다.

충남의 천안, 아산, 예산, 서산, 홍성, 당진, 태안을 여행한다. 이 지역은 '바다나 호수가 육지 안으로 휘어 들어간 부분'의 모습을 띄기에 내포(內浦)라도 부른다.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아산만, 가로림만, 천수만이며 이름을 수없이 나열할 바다들이 땅을 갈래갈래 즐기줄기 감싸고 있다.

이 곳의 뭍들은 바다와 강에 의해 수 많고 작은 반도와 섬들을 만들었고, 이는 1900년대에 들어 활발히 진행된 간척 사업 이후에도 그 자취를 역력히 남기며, 있는 자연의 역사를 전하고, 사람의 문화를 만들었다.

이번 2019년 가을 장기여행으로 3박4일간  충남 서해안 내포를 여행했다.
장기(長期)라고 해서 거창하지만, 내게는 당일이나 1박2일 보다 하루 더 긴 2박3일의 여행을 일컫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은 3박4일로, 우리나라를 여행한 기간으로는 처음으로 2박3일을 초과한 것이기에, 나름 새로운 시도이다.

여행의 일수가 늘어나서 하루의 일정이 느긋해지고 여행장소마다 여유를 가졌지만, 평소보다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도 여행에 대한 집중과 몰입이 다소 떨어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추후로 당일, 1박2일, 2박3일, 3박4일 이상의 여행을 더 다녀보며 일정을 관리해보아야겠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올해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지 만으로 10년이 되는 해이다. 2009년 10월에 처음 혼자서 당일치기로 경북 영주의 부석사에 버스를 타고 걸어가며 여행을 왔었고, 그 후로도 몇해는  하루에 몇 시간씩 걸으면서, 또 몇해는 수험생활을 하며 자전거를 타고 고향을 여행하고, 그 후로는 직장을 다니며 차를 운전하며 여행을 다녔다.

2009년 그 해 가을, 벼논과 은행나무 가로수길과 부석사 무량수전 기둥의 고운 빛깔에 매료되었고, 2010년 처음 1박 이상의 여행으로 2박3일간 예천, 영주, 봉화와 부안, 고창, 구례를 여행하며 만난 호의와 인연이 나를 여행으로 이끈 것 같다.

뜻밖의 만남고 인연으로 인해, '밥은 먹고 다니는 지' 물어봐주고, '밥 있으니 먹고 가라'라는 말과 '어디까지 가나 태워 줄게', '하루나 며칠이고 묵어가도 좋다"나 '언제고 다시 오고, 또 보자'는 말들을 해주던 이들이 있어서 끌림과 설렘으로 여행을 다녔다.

기대 없이 욕심 없이 그저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고 즐거웠던 때에,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길을 양보한 것이 이러한 만남과 인연을 만들어준 것 같다.

2010년에 여행을 다녀오며 다짐한 여행의 의미와 대해 다시금 떠올려 본다. "보다 천천히 걷는 것, 보다 자주 쉬어가는 것, 보다 슬퍼지고 기뻐지는 것, 그리고 인연을 있는 듯 없는 듯 소중히 여기는 것". ▷ 최근 몇년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역사문화유적을 답사해야겠다는 이유로, 이제와 연락하기 부끄럽다는 까닭으로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전화를 하고, 만나려 가야겠다. ▷ 이번 충남 내포 여행에 대해서는 틈틈이 차근히 자료를 찾아보고 감상을 정리해보아야겠다.

- 2019년 10월 13일. 2019년 가을여행으로 내포들과 내포바다들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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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꺼내보는 2010년 24살때, 처음으로 홀로 며칠을 여행 다녀왔을 때의 감상이자 다짐이다.

늘 집에만 있으려고 하다가, 군대에서 전국 여러 곳의 산을 타고 다니면서 여행을 다녀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7월 전역을 앞두고 고향인 상주에서 가까운 예천과 영주, 봉화로 호기롭게 아무런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났다.

첫 여행에 신기하게도 정이 함께하여 들리는 절에서 밥 한 그릇씩, 예천 용문면 읍내 음식점에서 가게에 적힌 태평초가 안도현의 시인 그 태평초가 맞는지 묻다가 거기서 한잔하고 있던 손님과 메뉴에도 없던 치킨을 나눠먹었었지. 그리고는 아직 태평초는 먹어본적이 없고, 용문면에는 백석이라는 카페가 있어서 백석의 시도 있고 안도현씨도 다녀간다고 하더군.

순흥면에서는 걸어서 소백산 성혈사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보고 싶던 나한전의 꽃창살은 수리를 위해 연구소로 갔었더랬지. 그리고 그 꽃창살은 그 후로도 서너번을 더 간 후에야 8년이 지나서 보게되었지.

그러고보니 가방을 등가방 한 개에 옆으로 매는 큰 가방을 매었다가 상주 버스터미널까지 가지도 못하고 옆으로 매는 건 되돌려 놓으려 집에 갔다 왔다.

그리고 중간중간 다니는 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생각으로 접이식 자전거를 중고로 사다가 버스 짐칸에 싣기도 하고 좌석 옆에 세워두기 했는데, 하루정도 타고다니고는 바퀴가 터져서 영주에서 끌고다니다가 순흥면에 있는 자전거 집에 고철로 쓰라고 돈도 안 받고 넘겼었지.
그리고는 자전거 여행은 함부로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었지. 자전거를 혼자 손보고 관리할 수 없으면 짐이 될 뿐이었어.

부석사에는 여름 물안개 자욱한 아침에 들리게 되었다. 물내음 촉촉한 산사에 호젓한 바람이 불고 무량수전에 나즉히 홀로 또한 부처와 함께 앉아 있으니, 풍진을 떨치는 배에 앉은 고요한 바다 위에 있는 듯 했다. 또한 물안개 자욱한 무량수전 앞마당이 저녁 놀보다 더욱 감격스럽고 마음에 뭉클함을 가득 채우는 지도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예천군청과 순흥면사무소나 여러 건물에서 안내지도도 받아가고 여행 잘 하라는 덕담도 듣곤 했었네.
그러다 봉화에서는 저녁에 숙소를 못 찾아서 마을 버스승강장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겨우겨우 눈만 감고 있었지. 그런데 그때 새벽에 동이 트는 걸 본 감동은 정말 최고였어. 세상이 늘 이렇게 아름답게 밝아오는가 싶은 태초의 광명이었지.

그치만 너무 피곤하고 지친지라 조금 걷다가 꾸벅꾸벅 졸고하며 냇가를 따라 몇번이고 그러다가 삼계서원이라는 작은 서원에를 갔었지. 인기척이 있는 거 같아. "누구 계세요?"라고 하고는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여행객인데 서원을 둘러봐도 될까요?"하고는 인사를 했었지.
아침도 못 먹은터에 그 아재는 라면을 하나 끓여주셨고,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눠주셨네.

그리고 그 분은 이제는 의성에 계시고 10년째 연락을 하며 몇번을 찾아가고 찾아오며 지내게 되었네.
아침부터 종묘제례악의 전폐희문과 영산회상이며 대금이나 산울림, 정태춘, 장필순이며 재즈, 샹송, 오페라를 듣고 노래하며 막거리를 나누고 산을 보곤 하네.

첫 여행을 마치고는 무리를 심하게 한터라 3일은 장염에 누워있게 되었는데, 여전히 추억이 새롭네.

땀흘려 돌아다니고, 산과 내와 하늘과 풀들과 함께하며 뜻밖의 인연들을 이루는 일이 참 즐거웠네.

그 후로도 2010년에는 전북의 고창, 부안이니 전남의 구례니 한 해에 많이는 못하지만 갈 수 있는 한 다녀보려 했었네.

그러다가 대학교를 졸업한 2013년에서 2016년까지 4년간은 여행을 다니지 않다가 다시금 2017년부터 자가용으로 여행을 다니게 되었네.

그러나 돌이켜보면 아직은 여행이 내게 너무 특별하거나, 많은 걸 배워야하고 보아서 알게 되어야 하고 남는 게 많은 거가 되어야 했나보다.

다시금 이제는 보다 천천히, 보다 머뭇거리거나 두리번거리고, 보다 슬퍼지고 기뻐지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

- 2020년 5월 11일. 2020년에 2010년 이후 10년간의 여행을 되짚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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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와 들녘을 쏘다니고 싶다. 하늘을 배우고, 땅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고 싶다.

아래는 작년 오늘에 쓴 글이다.

2019년 6월 첫째주

내일이면 망종, 모레면 단오이다.

보리가 연두빛에서 은은한 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누렁이 황소의 터럭 같다.

감자 꽃이 하얗게 피고 가지 꽃도 연보랗게 피고 있다. 두 꽃의 모양이 비슷하다.

산딸기도 빨간 보석마냥 촉촉한 광택으로 열매가 맺히고 있다.

사과는 품종마다 다르지만, 벌써 빨갛게 물드는 것들이 있다. 농가에서 사과 봉지를 싸놓은 것도 꽤 있다.

자두랑 호두도 알이 꽤 굵어간다.

오늘도 몇몇 골의 끄트머리까지 다녀온다.  차를 돌리기 힘들어 후진으로 빠져나오기도 하고 부러진 나무에 차가 덜컹거리도 하며 물 웅덩이에 차가 헛돌기도 한다.
골끝에서 감자며 자두며 농사를 짓는게 참 대단하다.
이제 단산에 있는 골의 끝까지 가본 곳이 절반쯤 되려나 싶다.

- 2020년 6월 5일. 산과 들, 하늘과 땅과 사람을 배우기를 청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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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계획

# 여행 계획의 틀은 느긋하게 찬찬히 오롯이 제주도의 산과 들과 바다와 바람을 맡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소 느리거나 다니는 곳들이 적더라도 제주도에 살아왔고 살아가는 이들이 누리고 느꼈을 하늘과 흙과 바다와 바람을 체험해보는 것이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제가 경험하고 싶은 것들입니다.

이와 함께 제주도를 이뤄왔고 이루고 있는 제주도의 역사(고대 설화, 고려 조선의 말 방목, 정치 행정, 일제 병참, 4.3, 현대의 반전 평화 운동)와 이슈와 맛집에 대해서는 여행일정을 서로 일행이자 여행 동료이자 길벗으로써 조율하고 조정해나갔으면 합니다.

어떠신지요?

- 2020.06.11.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며. 사람이 살아오고 살아있고 살아가는 바와 이야기를 여행하고자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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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보이고 들으면 들린다. 있고자 하면 있고 없다하면 없다.
순간과 장소와 내 자신이 오고 오고 가고 간다.
운전을 하면서 산을 오르면서 세상과 타인에 대해 노여움과 부러움과 원망 없이 내 자신과 사물과 세상과 타인에 오롯이 집중을 해보았나하고 집중을 해본다. 혼탁하고 몽매하다. 산에 올라 구름 중에 하늘을 바라보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폰도 만지작 거린다. 내려오는 길에는 무릎이 이제 많이 쑤시고 산길이 사람에 의해 헤쳐지고 사람이 다니기 좋게 돌과 나무와 쇠들이 놓여지는 것을 보고는 이제 산을 그만 찾아오려는 마음을 가져본다. 마을에서 도시에서 사람 사는 곳에서 바라보이는 산을 즐기거나 산을 발치나 무릎정도까지로 야트막히 산세와 계곡에 몸을 맡겨보려한다. 산보다는 마을과 도시를 찾아서 사람들이 살아오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배워보는 것이 좋겠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말씨를 보고 듣는 것이 좋겠다.

- 2020년 9월 21일. 처음 지리산에 오르고 뿌연 물안개 속에 젖어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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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답사며 여행이며 다시 만나겠다는 약속으로 숱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과 땅과 하늘과 바람과 물과 세상을 만나고 마음을 나눴다.

그 시작이 영주이고 부석사이다. 그래서 더 각별하다.

그러고는 서울이나 고향집에서 부석사를 다녀온게 삼사년 동안 연거푸 8번이다.

그러고보니 공무원 임용하는 날에도 주말에 영주로 와서는 부석사에서 저녁놀을 보고서, 절 아래의 민박집에서 잠을 자고 다시 부석에서 새벽을 맞이했다. 그게 2015년 11월 1일과 2일의 일이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 진정 그러하게 살아가고 싶다.

- 2020년 10월 29일. 부석사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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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 나는 두메산골 산천초목 마을과 골목으로 갈 것이다.

사찰 채마밭에서 울력을 하며 고추대를 뽑고는 밥을 같이 지어서 나눠먹고, 산을 타고 봉우리에 서성이다 만난 토박이 주민과 산을 함께 내려오고서는 저녁을 나눠먹고, 길을 한참 걷다걷다가 쉬어가는 마을정자에서는 어르신들과 수박과 자두를 나눠먹고, 어느네 식당에선 식당주인과 단골들이 시켜놓은 배달 치킨을 나눠먹고, 산 넘어 가는 길의 산장에서는 책이 수북한 책장을 마주하고서 산장지기와 단촐한 상에다 차와 치즈를 나눠먹고, 아침이슬을 무릎에 적셔가며 개울가를 걷다가 들린 서원에서는 고직사에 기거하던 이와 아침을 나눠먹고

그렇게 그렇게 먼저 건내는 인사만으로도, 작은 몇 마디 말과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나를 알아주며 아낌없이 내어주는 온정과 함께 그들이 나눠주는 인생을 세상사람들과 나눠먹으며 여행할 것이다.

- 2021년 6월 8일. 언제고 다시 떠날 여행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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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 여기에 있습니다."

경상북도 의성군 모처에 있는 정든 이의 집으로 다녀온다. 삼십여년의 나이 차에도 언제나 벗으로써 형제로써 나를 대해주신다. 반겨주는 벗님의 말씀이 따사하여 여기에 옮겨 적어본다.

* 나는 숨과 숨, 길과 길에 있다. 삶은 숨길에 있고, 세상은 숨길이다. 나는 삶의 주인이요, 세상의 주인이다.

* 하늘에는 은하수 별빛이 땅에는 반딧불 불빛이 비해당에는 비해당 주인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밤이 깊고 터가 깊고 사람이 깊다. 저녁과 아침과 밤과 낮으로, 맑음과 흐림과 비 옴으로 비해당의 마당을 거닌다.

- 2021년 6월 13일. 비해당에서 비해당 큰아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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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기소개입니다.

짱똘. 나들이산책자 겸 소소한 일기가
길손, 길벗. 길은 소유하지 않는다. 길은 소요하고 사유한다.

길이 되고 싶다.

- 2021년 7월 5일. 고향 마을의 어느 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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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시절과 인연과 인생으로 쌓아지고 빚어지고 영글어지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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