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절벽은 저녁무렵 마주하기 좋으니 햇빛이 만대루에 들기 시작하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첫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두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세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네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다섯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 정면 여섯번째 칸을 채우다. 햇빛이 만대루에 가득하다. 병산은 켜켜히 쌓여 층을 이루었고, 서원 안 배롱나무는 꽃피고지며 백일을 기약했으며, 해는 뜨고 지며 만대루에 찾아들었다. 오늘도 만대루에서 병산과 백일홍과 저녁을 맞이한다. 덧1) 절기상 대한 무렵 오후 3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만대루에 햇빛이 쌓였다. 두 시간 동안 밖에 있으랴 옆에 카페에 병산서원을 , 차에 갔다가, 냇가에 갔다가 돌고돌다가... 얼어..
눈 내린 새벽에 부석사를 생각하며. 어제 저녁 눈발이 날릴 때에 부석으로 가서 부석사 앞 민박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부석사에 들 수 있을 것을 그러지 않은 것이 아쉽고도 아쉽다. 지금이라도 출발하면 새벽 눈내린 부석사를 보겠건만, 눈내린 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부석의 마음이지 않을까하여 대신에 글을 쓴다. 부석은 콩이 유명했다. 거칠고 돌 많은 곳이라 콩 말고는 지을게 없댔다. 서리태라는 콩을 짓고, 콩으로 유명도 하였단다. 지금은 콩박물관으로 그러한 사실을 남겨두었다. 지금은 사과로 유명하다. 사과도 돌밭 산비탈진 곳에 다른 작물은 잘 되지 않지만 배수가 좋은 돌밭에 심은 것이다. 그것이 지금은 산기슭의 배수와 낮밤, 계절의 기온차로 인한 단단하고 치밀한 과육과 단 과즙을 맺게 하였다. 산 비..
순흥의 나무들께 평온과 안녕을 기원하며 1. 마을에는 사람만이 집을 짓고 터를 잡는게 아니라 나무들도 뿌리를 내려 터를 잡고 산다. 오랜된 마을에는 오래된 나무가 있다. 작은 씨앗에서부터 쉬이 꺽여질듯한 새싹에서 갓 태어난 아이의 손가락 굵기만하던 것이 어른의 손목만해지고, 황소의 허리만해지고, 마을의 하늘을 떠받히는 기둥이 되어, 마을사람들을 굽어살펴주신다. 그럼 나무들을 둥구나무, 정자나무, 마을나무라고 부르며 옛부터 그 아래 사람들 모이기 좋아하여 단오며 칠석이며 한가위며 동지며 정월에 모여 잔치를 벌이곤 하였다. 마을 안에 터를 잡고 함께 사는 노거수는 대게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이다. 오래도록 굵어지며 기둥이 삵다가도 다시 잎을 피우며 너르게 그늘을 들여주는 무하유지향의 대수이다. 천년이 넘은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