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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앞으로 쓸 논문의 가치를 판정하는 것은 세미나의 지도교수인 내가 아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논문을 읽을 '아직 존재하지 않는 독자들'이다. 그 사람들을 위해 논문을 써야 한다. 리포트는 아무리 저급한 내용을 써도, 아무리 인용 방식이 서툴러도, 데이터를 잘못 옮기는 실수를 저질러도, 그것을 읽고 해를 입는 독자는 (절망적인 기분에 빠질 담당 교수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 하지만 논문은 그렇지 않다. 만약 여러분이 인용 출처의 페이지 수를 틀리거나 책 제못을 잘못 표기하면 후배들은 출전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이나 도서관을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 논리적으로 기술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 위해 같은 페이지를 몇 번이나 들추어 보아야 할지 모른다. 논문의 질이 좋든 나쁘든,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은 낯조차 모르는 독자들이다. 여러분이 질이 높은 논문을 쓰면 그 이로움의 덕을 입는 것은 낯모르는 독자들이다. 그들은 여러분이 '질 좋은 내용'을 전달해 주기를 기대한다. 논문을 쓸 때 여러분은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전달자인 것이다.

 

pp. 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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